제3세계 국가의 저발전 원인.

2020. 4. 3. 15:20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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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가속화된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서 표출된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제3세계 국가로 통칭되는 다수의 신생독립국가들이 국제무대의 전면에 새롭게 등장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위치한 이들 국가들은 전후 국제연합을 중심으로 전개된 신국제질서의 형성과정에서 나름의 단결력을 발휘하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특히 미국 중심의 자유진영과 소련 중심의 공산진영 간에 냉전구도가 심화되면서 제3세계 국가들은 국제무대에서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냉전의 소멸과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외부적으로는 원조정치의 영향력 감소, 내부적으로는 저발전 구조의 탈피라는 도전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3세계 국가들의 발전에 대한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의 가시적인 성과산출이 지연되고 있는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구조적 측면의 원인은 식민통치의 유산과 종속구조의 온존이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를 실증분석한 알라비는 식민치하의 정치엘리트와 국가기구가 독립 후에도 그대로 유지되어 강제력과 폭력 부문이 과도하게 발전되는 과대성장국가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또한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월러스타인은 16세기 이래 발전해온 세계자본주의 체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적으로 분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통합되어 있다고 보고, 중심부-반주변부-주변부의 틀로 국제정치경제 현상을 설명하였다.

 

 

 

다음으로 행태적 측면의 원인은 통치엘리트의 후진성과 가치체계의 미분화이다. 통치엘리트의 사익추구행위는 기업으로부터 로비나 뇌물을 얻기 위한 인위적 지대의 생성 및 배분을 둘러싼 비공식적 행정영역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불합리한 규제와 부패구조의 심화라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또한 사회적 가치가 정치권력에 통합됨으로써 소수의 엘리트가 권력을 장악하는 현상을 후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 부와 권력 및 명예와 같은 사회적 가치가 서로 독립된 상태에서 공존하지 못하고, 권력의 가치를 장악한 소수가 다른 가치를 독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제도적 측면의 원인으로는 발전이념의 부재와 불균형 발전전략의 폐해를 들 수 있다. 3세계는 경제사회 전반의 역량결핍으로 인해 국가가 경제발전을 주도하게 된다. 민주적 정통성이 허약한 권위주의 정권은 통치체제의 효율성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따라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간의 균열과 대립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선진국의 정치와 행정은 대체로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서 점차 민주화되어 갔음에 비해, 후진국 중에는 경제성장이 빠른 나라일수록 정치체제가 권위주의화하고 행정체제가 더욱 관료화되는 불균형 발전전략의 폐해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앞서의 논의를 종합하자면 제3세계 국가들의 저발전 원인을 단편적인 측면에서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구조적 측면에서 식민통치의 유산인 과대성장국가가 강력한 관료지배체제의 성격을 띠면서 유발한 비효율성과 세계화의 심화에 따른 중심부 자본주의 경제에 종속된 착취구조의 온존현상을 확인하였다. 또한 행태적 측면에서 국가발전정책을 전담하는 통치엘리트들의 부패구조와 지대추구행위라는 후진적인 행태는 물론 정치권력을 둘러싼 가치체계의 미분화와 시민사회의 미성숙에 따른 타협문화의 부재현상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제도적 측면에서 정치발전과 경제발전의 동시적 달성을 위한 사회적 제도화의 실패 내지는 중앙집권적인 불균형 발전전략에 따른 분배구조의 왜곡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제3세계 국가들의 발전을 제약하는 요인은 다양한 견지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원인분석은 제3세계 국가의 저발전을 탈피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각국의 실정에 맞는 적절한 발전경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함의를 내포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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